세무사 사무실 풍경 - “아이가 어려서요…”라는 대답만 남았던 통화

오늘 사무실 아르바이트 지원자와 통화를 했어요.
이력서만 봤을 땐 조건도 괜찮고, 경력도 나쁘지 않아서 은근 기대하고 있었죠.

그런데 막상 통화를 시작하자,
뭔가 이상한 거에요.

“언제부터 근무 가능하세요?”
“아… 그게… 아이가 어려서요…”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세요?”
“저… 오후에는 아이 때문에 조금 힘들 것 같고요…”

“주 몇 일 정도 가능하세요?”
“아이가 아플 때도 있고… 그래서…”

 

모든 대답이 ‘아이가 어려서…’로 시작되더라고요.

 

물론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아요.
저도 엄마니까요.
저도 아이가 아플 때 갑자기 일정을 변경했던 경험이 많거든요.
그래서 정말 충분히, 깊이 이해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본인이 직접 지원한 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제약만 말하실까?”
지원하기 전에 본인의 상황을 먼저 정리하고,
"이런 상황이지만 이렇게 해보겠습니다" 같은 대안도 함께 말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어요.

 

우리 사무실도 융통성 있는 근무는 충분히 배려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이건 안 되고, 저건 못 하고”만 말하게 되면
정말 일할 의지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저도 그랬어요.
아이 어릴 때 일 시작할 때,
솔직히 ‘일’을 아이보다 우선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시작했어요.
그래야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계속 일할 수 있으니까요.

일과 육아를 완벽하게 동시에 해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어느 쪽이든 조금은 내려놔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너무 야박한 걸까요?

 

지원은 본인이 해놓고 왜 못한다고만 하냐는 말풍선을 올려다보며 고민하는 토끼 캐릭터, 머리 위로 물음표 말풍선이 떠 있고 연한 민트 배경